속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한 그릇, 그 여운이 길었습니다
추운 날씨도 아니고, 그렇다고 더운 날도 아니었던 날이었습니다.
왠지 뜨끈한 국물요리가 생각났고, 지인의 추천으로 고색동에 있는 ‘미담칼국수’를 방문하게 되었죠.
사실 간판이나 외관은 꽤 소박해서 기대를 크게 하진 않았는데, 식당 안으로 들어서자 분위기가 달랐습니다.
테이블마다 음식이 한창이고, 들리는 대화 속에서 음식에 대한 만족감이 묻어났습니다.
그날 제가 선택한 메뉴는 ‘얼큰샤브칼국수’.
한 그릇에 담긴 국물, 고기, 수타면, 그리고 마지막 볶음밥까지…
단순한 칼국수가 아닌 하나의 코스처럼 느껴졌던 식사였습니다.
그 경험을 담담하게, 하지만 꼭 전하고 싶은 마음으로 정리해보았습니다.
천연재료로 우려낸 깊은 국물 맛
‘얼큰’이라는 이름에서 강한 자극적인 매운맛을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부드럽고 깊은 맛이었습니다.
맵기 자체는 라면 수준이지만, 고추기름의 자극보다는 채소와 고기에서 우러난 담백한 육수 맛이 중심에 있었습니다.
10가지가 넘는 천연재료로 우려낸 국물이라더니, 정말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진한 맛이 느껴졌습니다.
첫 숟갈을 뜨는 순간부터 속이 차분히 풀리는 느낌이 들었고, 한참 동안은 대화도 잊고 국물에만 집중하게 되더군요.
샤브샤브의 정석, 고기와 야채의 조화
처음 나오는 것은 고기와 미나리, 느타리버섯입니다.
이들을 국물에 살짝 데쳐 먹는 구성인데, 마치 샤브샤브 전문점처럼 잘 어울리는 조합이었습니다.
특히 미나리의 향긋함이 국물 속 고기와 어우러지며 입맛을 돋워주었고, 느타리버섯은 탱글탱글한 식감으로 식사의 재미를 더해줬습니다.
고기는 호주산 목심을 사용했다고 안내되어 있었는데, 냄새 없이 부드럽고 담백했습니다.
입안에서 씹을수록 육즙이 퍼지는 고기가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직접 밀어낸 수타면, 그 식감이 특별했습니다
샤브샤브를 즐긴 후에는 면이 나옵니다.
이 면은 일반적인 기계면이 아닌, 홍두깨로 직접 밀어낸 수타면이라고 하더군요.
면발은 두툼하면서도 쫄깃했고, 국물과 잘 어우러졌습니다.
부드럽지만 쉽게 퍼지지 않아 끝까지 식감이 유지되었고, 무엇보다 이 면 자체에 고소한 맛이 살아 있었습니다.
칼국수라고 하면 보통은 면을 국물 속 부속물처럼 생각하기 쉬운데, 이 집의 면은 그 자체로 주인공 같았습니다.
식사의 마무리는 볶음밥으로 완성됩니다
계란과 김가루로 고슬하게 볶은 밥이었는데, 남은 국물과 함께 비벼 먹으면 자연스럽게 ‘죽’처럼 완성됩니다.
맛은 물론이고 식감과 향도 좋았고,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이 볶음밥이 서비스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칼국수로 배를 채우고 난 후, 볶음밥으로 입가심을 하는 이 구성은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반찬까지 정갈하고 맛있었습니다
기본 반찬도 정성이 느껴졌습니다.
특히 김치가 인상 깊었는데,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감칠맛이 살아 있었습니다.
깔끔하게 숙성된 김치와 국물의 조화는 자칫 느끼할 수 있는 면 요리를 더 맛있게 해주었고,
무생채나 다른 반찬들도 과하지 않게 식사의 밸런스를 잘 맞춰주었습니다.
음식 하나하나가 전체적인 조화 속에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가격 대비 만족도가 매우 높았습니다
무엇보다 이 모든 구성—샤브샤브, 수타면, 볶음밥까지—이 1인분에 만 원대 초반이라는 점은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식사 시간대에 사람이 많은 이유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고,
다음에는 맑은 샤브칼국수나 만두류도 꼭 맛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용한 분위기에서 따뜻한 한 끼를 즐기고 싶을 때, 다시 방문하고 싶은 식당입니다.